in 지하철 여러분, 안녕하세요! 하이바입니다. 벌써 12월이네요. 올 한 해도 늘 그랬듯이 너무나 빨리 지나가네요. 저는 얼마 전 부산에서 스트리트우먼파이터 콘서트를 다녀왔는데요. 올 한 해 가장 흥분되고 기뻤던 순간 중 하나였답니다. 이번 부녀자들은 저번 호에 이어 '지하철'을 주제로 한 글들을 실어서 보내드립니다. 날씨가 추워지고 있으니 모두 감기 조심하세요! TODAY'S PREVIEW 💭 하이바💨의 스피릿만큼은 제법 장인급: 당신의 내릴 역을 놓치게 만들 콘텐츠 추천! 까마귀🐚의 시네마리아: 봄날은 오고 간다. 하이바💨의 스피릿만큼은 제법 장인급: 당신의 내릴 역을 놓치게 만들 콘텐츠 추천! 안녕하세요! 하이바입니다. 오랜만에 콘텐츠 추천 글로 돌아왔습니다. 경기도와 서울을 자주 오가며 대학 시절을 보낸 저에게 지하철은 꽤나 익숙한 공간인데요. 많은 경기도러분들은 공감하시겠지만... 살고 있는 지역에서 만남의 서울 장소까지는 40분이면 빠른 거, 1시간 30분이면 나쁘지 않은 거리입니다. 때문에 저는 환승을 위해 주의를 기울여야 할 때 보는 짧은 호흡의 유튜브 영상부터, 한 호선을 따라 쭉 타고 가야 되는 상황에 보는 넷플릭스 영상까지 다양한 콘텐츠들을 이용하는데요. 지금부터 한 번 시작해 볼까요? 1. 환승을 많이 해야 하는 날: 유튜브 히피 이모 여러분들에게는 ‘대체 뭐 하고 사는지 모르겠는데 웃기고 나한테 잘해 주는 이모’가 계신가요? 사실 저는 이모들이나 고모들과 그렇게 친한 관계가 아닌데요. 그래서인지 유튜브 ‘히피 이모’를 보면 제가 가지고 있지 않은 그런 이모를 만나고 있는 기분이라서 가슴이 푸근해집니다. 히피 이모는 40대 때 은퇴를 한 채 가끔 피아노 연주 일을 하며 살아가고 계시는 50대 여성의 유튜브 채널인데요. 평화와 자유를 사랑하는 히피이면서 돈이 없으면 은퇴 후의 삶을 누릴 수 없는 파이어족의 정체성을 함께 가지고 있는 ‘요즘 시대’의 중년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히피 이모는 서울 한남동에 있는 재개발구역에서 주거비를 아끼며 살아가고 계신데요. 다른 유튜버들처럼 하울이니 뭐니 하며 돈을 흥청망청 쓰지는 않지만, 본인의 소비 규모 내에서 알뜰하게 생활하시며 은퇴 후 인생을 지대로 즐기고 계십니다. 영상 내내 이모님만의 철학이 담긴 서정적인 문장과 뒤집어지는 개그를 함께 즐길 수 있어요. 사실 지하철 안에서 영상을 보다가 왈칵 눈물이 난 적도 있답니다. 하이바의 시청 팁! 이모님께서는 오래된 집 벽에 핀 곰팡이 박멸하는 법부터 전국에 있는 무료 차박 장소까지 많은 정보들을 알고 계세요. 캠핑이나 국내 여행 등에 관심이 많은 분들은 한 번 놀러오세요! 2. 한 호선만 타고 가도 괜찮은 날: 드라마 구경이 혹시 킬러물과 수사물 장르 환장하시는 분 있나요? 주체적인 여성들이 많이 등장하는 여성서사 장르는요? 저는 그 모든 장르에 환장하는 콘텐츠 취향 뚜렷한 사람인데요. 제가 처음 넷플릭스나 왓챠 같은 OTT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그런 내용은 해외 드라마에서 찾아보는 것이 훨씬 쉬었어요. 킬링 이브가 대표적인 여성 싸이코패스 킬러와 여성 수사관이 사랑과 증오, 분노 등으로 얽히고 섥히는 내용의 드라마인데요. 킬링 이브를 시작으로 ‘한드는 재미없어’라는 핑계로 한국 드라마를 멀리한 지 어언 5년. 한국 드라마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보건교사 안은영’, ‘하이에나’는 물론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던 ‘마인’까지. 멋진 배우들이 출연하고 멋진 감독들이 연출한 드라마들이 손을 벌리며 ‘웰컴 투 코리아’ 하고 있었던 거예요. 특히나 친절한 금자씨 이후로 미디어에서 잘 보지 못했던 배우 이영애 씨가 등장하는 일명 한국판 킬링 이브 ‘구경이’라니. 안 볼 수 없겠죠? 이건 무조건 재미있을 거야, 하고 넷플릭스를 켜 1화를 봤습니다. 그런데 웬걸. 예상보다 더 재미있는 거예요? ‘의심스러운데...’ 하고 떡진 머리를 벅벅 긁는 이영애 배우의 고상하고 우아한 얼굴부터 웃겨서 뒤집어졌습니다. 이후 등장하는 싸이코패스 K의 캐릭터와 야망 있지만 나쁜 여성 캐릭터들의 등장까지 이어지니, 아직 안 보신 분들은 꼭 보세요! 하이바의 시청 팁! 이영애 배우가 연기하는 ‘구경이’ 캐릭터는 저처럼 인터넷 게임에 미친 사람이랍니다. 구경이 캐릭터가 씻지 않은 몰골로 옆에 있는 음료수가 뭔지도 모르고 마시며 키보드를 연타할 때, 왜 오은영 박사님께서 거울 치료가 중요하다고 하신 지 알게 됐답니다. 게이머 분들은 약간의 현타가 올 수도 있으니 주의하세요. 3. 눈을 좀 쉬게 해 주고 싶어요 : 셀럽 맷의 영혼의 노숙자 여러분, 혹시 팟캐스트를 자주 들으시는 편인가요? 저는 고등학교 때 몰래 드라마나 예능 등을 볼 수 없는 자습실에서 딴 짓을 하고 싶을 때 누구보다 공부를 열심히 하는 척, 거짓으로 책장을 넘기며 이어폰으로 팟캐스트를 자주 들었습니다. 영혼의 노숙자는 독일에서 유학하고 일하는 두 명의 한국 여성이 만들었던 ‘독일 언니들’을 전신으로 한 팟캐스트인데요. 샐럽 맷과 드라마퀸이라는 두 명의 캐릭터가 너무 웃기고, 친해지고 싶고, 또 서로 죽이 너무 잘 맞아 보이는 매력에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두 명의 연출자 중에 샐럽 맷이 독일에서 한국으로 들어와 단독으로 만든 팟캐스트가 바로 영혼의 노숙자입니다. 영혼의 노숙자에는 뿌수미, 총장딸 등과 같은 셀럽맷 씨의 다양한 지인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독립 영화 감독, 출판 작가를 비롯한 창작자들이 게스트로 등장합니다. 마음 놓고 웃고 싶을 때는 셀럽맷과 환상의 캐미를 자랑하는 박상영 작가와의 에피소드들을, 조금은 무게감 있는 주제의 에피소드들을 선택하실 수 있어요. 가끔 너무 많은 영상물에 파묻혀 산다는 생각에 눈 건강이 걱정될 때, 조용히 눈을 감고 팟캐스트에 귀를 기울여 보시는 건 어떨까요? 하이바의 시청 팁! 너무 많은 에피소드들을 보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할 때, ‘월간 이반지하’ 에피소드를 추천합니다. 유명 퀴어 아티스트인 이반지하와 셀럽맷의 톡톡 튀는 입담과 감당하기 조금은 벅찬 시청자들의 사연을 듣다 보면 본인도 모르게 위로받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을 거예요. 지금까지 지하철에서 제가 자주 즐기는 콘텐츠들을 추천해 보았는데요. 어떠셨나요? 여러분들이 지하철에서 자주 보는 콘텐츠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하단의 피드백 버튼을 눌러 부녀자들에게 남겨 주세요. 우리 그럼 다음 주에 만나요, 안녕! 까마귀 _ 시네마리아 삼키고 싶은 말들 막차를 놓쳤다. 눈앞에서 닫힌 문을 보며 한참 동안 멍을 때렸다. <나쁜 피>의 리즈가 알렉스가 탄 기차를 놓쳤을 때 이런 마음이었을까. 나는 떠나보낸 것도 없는데, 지하철 계단에 기대앉아 무언가를 기다렸다. 돌아올 지하철도 없고, 나를 찾아올 사람도 없었지만, 마냥 기다리면 새로운 무언가가 나를 찾아올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10분쯤 지났을 때 다시 계단을 올랐다. 개찰구를 통과하며 오늘은 집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불 꺼진 집 문을 열고, 혼자 다녀왔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았다. 정처 없이 길을 걸었다. 밤거리의 네온사인이 예쁘게 반짝였다. 집에도 커다란 네온사인 간판을 두면 더 이상 외롭지 않을까. 집을 가득 채운 분홍색 불빛이 내 집의 주인이 되어, 껴 살아야 하더라도 지금처럼 집이 쓸쓸하게 느껴지지는 않을 것 같았다.
아무 골목길에 주저앉아 전화를 걸었다. 누군가는 받고, 누군가는 받지 않았지만 그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냥 아무에게나 전화를 걸어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새로운 번호에 전화를 걸 때마다 담배를 한 대씩 피웠다. 담배 한 갑이 금세 반 갑이 되었다. 사랑한다고 말하는 내 입을 막기 위해 영화 <스왈로우>처럼 아무거나 삼키고 또 뱉어 버리고 싶었다. 입 밖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가볍게 내뱉을 때마다 몸속에서 무언가 무거워지는 게 느껴졌다. 모던 러브를 들으며 해가 뜨는 걸 바라봤다. 금방 첫차 시간이 되었다. 봄날은 오고 가기도 하는 거지. 사랑했던 존재들을 생각하며 다시 계단을 걸어 내려갔다. 🐚 까마귀가 추천하는 오늘의 영화 🐚 < 나쁜 피 > < 스왈로우 > 오늘의 이야기들은 어떠셨나요?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아래 피드백 남기기를 클릭해주세요! *혹시 남긴 피드백이 부녀자들 뉴스레터 답변란에 기재되지 않길 원하시나요? 그럴 땐, 피드백 마지막 줄에 꼭 비밀이라고 남겨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