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레인입니다. 다들 할로윈 잘 보내셨나요? 

저는 하필 그 주에 2차 백신을 맞는 바람에 하루 종일 누워 뒹굴기 밖에 할 수 없었어요. 게다가 맛있는 호박 파이가 먹고 싶었지만 근처에 파는 곳이 없어 그 마저도 먹지 못했답니다. 부디 구독자 여러분들은 저보단 행복한 할로윈을 보내셨길 바라요.

저는 할로윈이 되면 제 첫 할로윈이 늘 생각납니다. 두 가지 미스터리를 지닌 하루였거든요. 아마 유치원을 다니던 무렵으로 기억합니다. 근처 아파트 단지를 돌아다니며 “Trick or Treat’ 을 외치고 사탕을 얻어먹고, 밤엔 부모님과 다 같이 유치원에 모여 잭 오랜턴을 만들고 괴담 듣기 행사 같은 걸 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당시는 2000년도 초반이었고, 한국에 할로윈이라는 문화가 막 들어오기 시작한 시기였던지라 그게 정확히 뭘 하는 행사인지 잘 몰랐던 사람들이 많았어요. 지금처럼 할로윈 시즌에 맞춰 어디서든 코스튬을 구하기가 어려웠기도 했죠. 바로 여기서 제 인생 첫 할로윈 참사가 일어나게 됩니다. 저희 어머니는 딸의 코스튬을 구하기 위해 유치원 무대 의상 업체에 전화를 돌렸고 (대체 어떤 대화를 했는지가 첫 번째 미스터리 입니다) 아무래도 할로윈에 무슨 옷을 입혀야 하는지 잘 몰랐던 것 그 업체는 저희 집으로 정체를 알 수 없는 의상 하나를 보내게 됩니다. 흡사 영화 <파리넬리> 의 무대 의상 같은 화려한 깃털 장식이 달린 투구와 파인애플 모양이나 반짝이는 비늘을 단 옷이었습니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 의상을 보냈는지가 두 번째 미스터리 입니다) 당최 무엇을 의도한 지 알 수 없는 그 의상을 입고 저는 하루 종일 동네를 돌아다녀야 했고 덕분에 영원히 잊을 수 없는 할로윈을 보냈던 기억이 있네요. 구독자 여러분들도 저처럼 잊을 수 없는 할로윈을 보내신 적이 있는지가 궁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