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건...... 저쪽에서 보내셨습니다

2021. 10. 27.

이 메일이 잘 안보이시나요?

in 칵테일바

안녕하세요. 까마귀입니다.

오늘은 부녀자들이 칵테일 2편을 가지고 찾아 왔습니다.

술을 잔뜩 마시고, 산책을 하며 차가운 공기를 즐기기 딱 좋은 날씨네요.

우리 줌으로 모여서 다 같이 지루한 건배사라도 읊어 볼까요?

그럼 오늘도 부녀자들의 글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

TODAY'S PREVIEW 💭

레인의 <너도 알아야 하는> : 고마 … 알아서 한 잔 스까주이소

"술이 어울리는 계절 겨울이 다가오고 있어요. 적당히 붉어진 얼굴로 밤거리를 거닐 생각에 벌써 신이나네요."

까마귀의 <시네마리아> : 코리안 플레니건, 댓츠 미

"난 세상의 마지막 바텐더 시인이야."

레인🏄 💨 의 <너도 알아야 하는>

고마 … 알아서 한 잔 스까주이소

안녕하세요 레인입니다. 합법적으로 술을 마실 수 없던 미성년자 시절, 저는 가끔 근사한 칵테일 바에 가서 바텐더가 만들어 주는 칵테일 한 잔과 함께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멋진 어른의 모습을 꿈꾸곤 했어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막상 스무 살이 되어 방문한 칵테일 바에서 저는 멍하니 메뉴판을 가득 채운 이름모를 칵테일들의 이름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체 뭐가 뭔 지 알 수 없었거든요. 그냥 알아서 한 잔 주시면 안될까요 … 라는 소리가 입 밖으로 나오기 일보 직전이었습니다. 다행히 4년이 지난 지금은 조금은 취향이라는 것을 가지게 되었지만 (안타깝게도 저는 사실 칵테일이 그렇게 잘 받지 않는 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엔 언제나 칵테일 바에 가면 랜덤 제비뽑기를 하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바로 그 다년간의 랜덤 제비뽑기 실력을 바탕으로 ‘나쁘지 않았던’ 선택지들을 여러분들께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1. 진토닉

그 어떤 칵테일보다 무난하고, 간단한 진토닉입니다. 어떤 칵테일 바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칵테일인 만큼 늘 옳은 선택지라 할 수 있을 거예요. 진을 베이스로 하고 토닉워터를 채워 만드는 레시피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레시피가 간단한 만큼 어떤 진을 사용하는지에 따라 맛의 차이가 극명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기회가 되신다면 다양한 진을 드셔보시고 취향에 맞는 진을 베이스로 하시길 추천드릴게요. 대부분의 칵테일 바에서는 다양한 진을 옵션으로 두고 있으니까요. 저는 오이를 아주 좋아해서 오이향을 띄는 핸드릭스 진에 오이를 가니쉬로 올려 먹는 것을 좋아하는데요, 개인적으로 여름이 다가오는 계절에 어울리는 칵테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독특한 향을 지닌 진인 몽키47도 진토닉의 베이스로 추천드릴게요.

2. 모스코뮬

모스코뮬은 보드카를 베이스로, 진저비어와 신선한 라임주스를 짜서 넣는 칵테일입니다. 여름이면 언제나 생각나는 칵테일이기도 해요. 물방울이 맺힌 구리잔에 담긴 모스코뮬을 시원하게 목구멍으로 넘기는 상상만으로 이미 더위가 가시는 느낌이에요. (물론 이제 겨울이 다가오고 있지만요.) 이 역시도 간단한 칵테일인 만큼 집에서도 쉽게 만드실 수 있을 거예요. 진저비어의 향과 라임의 상큼함 그리고 보드카의 깔끔함이 합쳐져서 그 어떤 칵테일 보다 상큼하게 다가올 거라 생각됩니다. 뜨거운 여름 밤을 함께 할 칵테일을 찾는 분에게는 아마 정답이 될 거예요.

3. 겨울엔 핫토디

60년 만에 가장 추운 10월의 하루였다고 하죠. 얼마 전 같이 찬바람이 불어오는 날에 어울리는 칵테일입니다. 위스키를 베이스로, 레몬주스와 꿀 그리고 따뜻한 물을 함께 넣어 만드는 레시피를 가지고 있습니다. 일년 내내 흐린 날씨 탓에 감기에 걸리기 쉬운 환경인 스코틀랜드에서 감기 예방을 위해 마시던 칵테일이라고 해요. 위스키의 양을 조절하면 잠들기 전 한 잔 하기에 더할 나위없이 좋은 칵테일이기도 합니다. 많은 칵테일이 얼음과 함꼐하거나, 따뜻하다고 말하기엔 차가운 온도를 지니고 있는 만큼 따뜻한 한 잔이 필요하다면 핫토디를 추천드릴게요. 몸이 으슬으슬할 때 한 잔 드신다면 어쩌면 감기가 뚝 떨어질지도 모른답니다. 핫토디를 한 잔 하고 밖으로 나와 입김을 내뿜는 겨울이 기다려지지 않나요?

4.위스키의 향을 원한다면 갓파더

여러분들은 위스키를 좋아하시나요? 사실 재작년까지 저는 위스키의 향만 맡고 그 독함이 무서워 한 입도 맛보진 못했는데, 이 칵테일을 통해 위스키에 한 발짝 가까워져 지금은 그 매력에 완전히 빠져버렸어요. 바로 갓파더입니다. 스카치 위스키를 베이스로 달콤한 아몬드 향이 나는 리큐르인 디사론노를 함께 섞는 레시피를 가지고 있어요. 제가 처음 갓파더를 먹은 바에서는 시나몬 스틱을 토칭해 잔에 연기를 채워 함께 내어줬는데 그 특유의 스모키한 향이 무척 매력적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나중에 알아보니 태운 시나몬 스틱에서 나오는 연기는 암을 유발한다고 하니 추천해드리지는 않겠습니다) 갓파더의 매력은 위스키와 디사론노의 밀도 차이 때문에 두 액체가 층처럼 쌓여, 맛이 차례로 느껴지는 대에 있어요. 위스키의 향을 완전히 느낀 다음 달콤한 아몬드 향으로 끝맛을 잡아주는 거죠. 저처럼 위스키 향을 좋아하시지만 도수와 독한 쓴 맛이 두려운 분에게 위스키의 입문 격으로 좋은 칵테일이라 생각됩니다. 다만 도수가 25도에서 34도로 꽤나 높은 편이니 본인의 주량에 따라 드시길 바랄게요.

여러분이 좋아하는 칵테일이 포함되어있나요? 그렇다면 반갑습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여러분이 즐겨 드시는 칵테일을 피드백 란에 남겨주세요. 저도 꼭 먹어볼게요. 술이 어울리는 계절 겨울이 다가오고 있어요. 적당히 붉어진 얼굴로 밤거리를 거닐 생각에 벌써 신이나네요. 그럼 다들 건강 조심하시고, 적당한 음주 즐기시길 바랄게요.

까마귀의 <시네마리아>

코리안 플레니건, 댓츠 미

다니던 병원에서 알코올중독 처방을 받았을 때, 제일 어이가 없었다. 하루에 한 잔씩, 적당히 세상이 어지러워 보일 때까지 마시는 게 문제가 된다는 사실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병원을 뛰쳐나와, 내리막길을 뛰어서 내려갔다. 나는 애주가일 뿐이라고 속으로 되새김질하며, 길거리에 있는 칵테일바에 들어가 낮술을 때렸다. 의사에 대한 반항심 절반, 그냥 아무 이유 없이 마시고 싶은 생각 절반이었다.

내가 칵테일을 즐겨 마시게 된 건 아무래도 톰 크루즈가 나오는 영화 <칵테일>의 영향이 크다. ‘난 세상의 마지막 바텐더 시인이야.’ 톰크루즈가 칵테일에 관한 시로 긴 독백을 하는 장면을 보고 나면 그가 나열하는 모든 칵테일을 입에 때려 넣어보고 싶어진다. 내가 칵테일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건 싱가폴 슬링이다. 마실 때마다 싱가포르항공 기내에서 마셨던 칵테일이 떠오른다. 잔 안에 여행의 설렘이 담겨 있는 기분이다.

내가 즐겨 찾는 칵테일 바는 부산에 한 곳, 서울에 한 곳이 있다. 내가 칵테일바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포인트는 바로 흡연 구역이 근처에 있는지다. 두 곳 다 바로 앞에 흡연 구역이 있어 몸을 비틀거리며 길을 헤맬 필요가 없다. 담배와 함께 술을 마실 수 있으면 더욱더 금상첨화다. 그래서 을지로에 루프탑이 있는 칵테일바를 요즘 즐겨 찾는다. 이름도 ‘신도시’로 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신세계에 입장하는 것만 같다. 앉아서 술을 진탕 마시고 뜨거워진 몸을 찬바람에 식히면 무릉도원이 부럽지 않다. 칵테일을 한 입 마시고 담배에 불을 붙이며, 담배 한 대에 인생 15분이 날아간다는 말을 꼬인 혀로 반복해서 말해줘야만 한다.

술버릇도 나쁜데 착한 척하느라 술에 더 빨리 취하는 것 같다. 어쩔 땐 격리된 채로 술을 마시고 싶다고 생각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어느 정도 알코올중독이 맞기는 한 것 같다. 아무래도 의사 선생님은 명의였다. 오늘도 술에 취해 글을 적고, 어딘지 알 수 없는 땅바닥에 드러누워 별을 세 알린다. 여러분 소주랑 다르게 달달한 칵테일은 훅 가요. 오래 살고 싶으면 모두 조심해요.

🐚 까마귀가 추천하는 오늘의 영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