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바 💨 의 스피릿만큼은 제법 장인급
: 최종 학력 피자 스쿨에서 간신히 탈출! 대졸자 하이바
여러분, 안녕하세요? 하이바입니다. 여러분께 전달하는 마지막 글을 쓰자니 마음이 후련하기도 하고, 또 아쉽기도 합니다. 때로는 쓰기 귀찮아서 노트북 앞에서 몸부림을 치기도 했지만, 저의 글이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되어 어떤 종류든 울림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뿌듯했습니다.
저는 이제 대학을 졸업해 사회인으로 거듭나는 시기에 있는데요. 19년 동안 대학 입시만을 목표로 살아오고, 대학 입학 후에도 졸업 외에는 큰 목표 없이 학교를 다닌 저는 학교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 지금의 상태가 낯설게 느껴집니다. 이제 ‘학교’라는 공간은 점점 제 인생에서 멀어질 텐데요. 학교, 그리고 신분으로서의 학생과 ‘잘’ 이별하기 위해 대학교를 다니며 있었던 일들을 여러분들게 들려드릴까 합니다.
1학년, 나 신입생 때는 술 아니고 빵만 퍼먹었다
솔직히 말하면 저는 보편적인 ‘대학 생활’을 잘 즐겼던 학생은 아니었습니다. 맨 처음에 학교에 방문했을 때, 50명에 달하는 과 학생들이 고깃집에 모여 앉아 과 구호(?)를 외치며 술잔을 부딪혔을 때부터 도망치고 싶었어요. (실제로 한 시간도 안 되어 그곳에서 도망치기도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본인을 설명하고, 낯선 사람들을 알아가고, 또 친해지는 과정이 싫었던 저는 자의적으로 신입생 환영회와 새내기 배움터에 불참하며 본격적인 ‘아싸’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와 같은 ‘아싸’의 기질을 가진 친구들을 사귀게 되었는데요. MT에서 친해진 무리들이 이미 정해져 있던 개강 첫날, 저는 ‘아싸’ 친구들과 강의를 함께 듣기 시작했습니다. 이 친구들을 만났던 덕분에 1학년의 보편적인 경험인 ‘토할 때까지 술 마시기’나 ‘술게임 질릴 때까지 하기’가 아닌, ‘과내 세미나 참석’이나 ‘교수님과 저녁밥 먹기’같은 독특한 경험들을 할 수 있었습니다.
2학년, 카르텔 조직(?) 그리고 인연의 시작
2학년 때의 저는 성차별적인 사회에 굉장히 화가 많이 나 있었는데요. 당시학교에는 페미니즘에 대해 제대로 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커뮤니티가 형성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답답함과 무력감을 어떻게든 해소하기 위해 저는 친구 한 명과 교내 페미니즘 소모임을 만들었습니다.사실 소모임에서 특별한 활동들을 한 것은 아닙니다. 회원들과 책과 기사들을 읽고, 경험이나 생각들을 나누고, 가끔은 마음에 안 드는 사람 욕도 했습니다. 소모임을 하고 나면 ‘나와 비슷한 관점으로 세상을 보는 사람들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위로받는 기분이었습니다.
또, 2학년 때 저는 오버워치를 하며 친해진 사이버 친구가 한 명 있었는데요. 대화 중 그 친구와 제가 같은 대학을 다니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급속도로 친해졌고, 같은 교양 과목을 신청해 일주일에 한 번씩 강의실에서 만남을 가졌습니다. 대학교를 다녔던 4년 중 가장 우울했던 2학년 때 그 친구를 만나 어떻게든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3학년, 갓생? ㅇㅇ 살아줄게
3학년 때의 저는 정신적으로, 그리고 신체적으로 가장 건강했습니다. 달리기를 시작하며 몸이 튼튼해졌고, 2학년 때의 우울함이나 비관적 사고와는 최대한 멀어지려고 노력했습니다. 고학년이 되고 나니 학교 생활도 어느 정도 익숙해졌고, 자연스럽게 불안감이나 강박 같은 것에서 벗어나게 되더라고요.
3학년 2학기 때 저는 일주일에 4회 이상 달리기를 하며 방과 후 시간을 보냈는데요. 9월 즈음, 여느때처럼 달리기를 하다가 무심코 땅바닥에 죽어 있는 뱀을 보고 온몸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또, 원래 운동을 좋아하는 친구 한 명과 가까운 산에 등산을 가기도 했는데요. 원래 ‘어차피 올라올 건데 왜 산을 올라가는 거야?’ 라고 생각했던 1, 2학년의 제가 정상에서 기념 사진을 찍는 3학년의 제 모습을 봤다면 놀라 까무러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4학년, 맞다 공부 이렇게 하는 거였지
부끄러운 고백을 하나 하자면, 저는 대학을 다니는 내내 시험 공부를 해 본 적이 손에 꼽습니다. 당연히 풀집중한 상태로 강의를 들은 적도 없구요. 대학은 엄연한 고등 교육 기관인데 학습에 대한 열정이 0에 수렴했던 것 같습니다. 누구 하나 공부 억지로 하라고 시키는 사람이 없었기에, 저는 본능에 충실한 채로 공부에 손을 놓았습니다. 당연히 학점은... 좋지 않았구요.
4학년 때는 어느 정도 정신을 차렸습니다. 등록금만 낸다고 학교에서 졸업을 시켜 주지 않더라구요. 졸업 시험 날짜가 다가오자, ‘도대체 그동안 뭘 믿고 공부 안 한 거지?’ 하며 과거의 저를 자책했습니다. 남들 다 6학점 들으면서 취준한다는 막학기에, 저는 과거의 업보를 청산하기 위해 20학점을 풀로 채워 들었습니다. 그리고 대학 생활 중 처음으로 예습과 복습을 하며 수업에 임했습니다. 다행히 노력의 결과를 만족스러운 학점으로 돌려받았습니다.
돌이켜 보니 저는 남들 하는 대로 대학 생활을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매일 불안감과 외로움을 느꼈었나 봅니다. 하지만 동시에 남들과 비슷하지는 않더라도, 가장 저다운 대학 생활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학생이 아닌 직업인으로서 살아가면서 외롭고 힘들지라도 저답게 살아가자는 다짐을 해 봅니다. 마지막 글이라고 생각하니 분량이 너무 길어져 버렸네요. 여기까지 읽어 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또 만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