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하는 사람의 모습은 발사 직전의 우주선에 탄 우주비행사의 모습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지구가 싫어서 우주선에 타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모두 각자의 신념이나 사정이 있겠지요. 다만 그들이 우주에 가기로 결심하기까지는 중력을 거스르는 용기가 필요하리라 추측해볼 수는 있겠습니다. 중력의 법칙이 절대 진리인 세상에서 나고 자란 인간이 그 법칙이 무의미한 곳으로 간다는 것은 여태껏 알았던 자신의 세계를 포기하겠다는 것과도 같지요. 이별의 더 잔혹한 점은, 세상을 저버리는 용기를 가지고도 미지의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을지 누구도 예상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저 거기에 착륙하고 나서야 “여기가 그곳이구나.” 할 수 있을 뿐이지요.

 올해 저는 여러 세계와의 이별을 앞두고 있습니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둘 예정이고, 어쩌면 거주지도 이동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구독자님들께서 만들어 준 부녀자들이라는 세계와도 곧 이별이네요. 과거의 제가 정답이라 생각하고 몸담은 이 세계들로부터 멀어지려고 하니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제 몸은 이미 이 세계의 중력에 완벽히 적응했는데, 또 다른 어딘가로 가야 한다니요! (심지어 언제 도착할지도, 그곳이 어떤 곳인지도 모르는 상태로요!) 아마 한동안은 우주의 부유(浮游)자로 살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용기로 지구를 떠났는지 기억도 안 날 만큼 오랫동안 둥둥 떠다닐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미지의 행성에 도착해 그곳의 중력에 적응하려 갖은 노력을 하겠지요. 적응이 끝나면, 이전의 세계에 대한 감각은 꿈처럼 희미해질 것입니다.

 구독자님도 혹시 이별을 앞두고 계시는가요? 만약 그렇다면 당신의 중력을 거스르는 용기는 무엇이고 어디서 왔나요? 저부터 말하자면 제 용기는 경험인 것 같습니다. 이전에 머물렀던 세계에서 떠나와 이 세계에 적응했던 경험이 또 다시 떠날 용기를 줍니다. 갈 곳을 잃고 부유자가 될지도 모르지만, 과거의 너는 그렇지 않았다고 경험이 말해주는 것처럼요.

 아무리 용기 있게 떠난 사람이라도 깜깜한 우주에서는 외롭겠지요. 나의 세계가 아닌 빛나는 행성들을 보며 더더욱 외로워지기도 할 것입니다. 그것 역시 이별의 잔혹한 면이네요. 하지만 우연히 다른 우주선과 조우할지도 모릅니다. 길을 헤메던 제 우주선을 구독자님이 발견하고 도움을 줄 수도, 비슷한 방향의 목적지를 향해 비슷한 속도로 나란히 날아갈지도 모르겠습니다.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라는 노래 가사처럼요. 이 글의 마침표를 끝으로 우리는 기약 없는 이별을 하겠습니다. 당신과 저의 안전한 비행을 빌며, 언젠가 우주에서 만나거든 반갑게 인사하기로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