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하이바입니다. 저는 영화관에 가는 것을 매우 좋아하는데요. 영화를 보는 것은 물론, 영화관에 가기 전 가질 수 있는 설레는 마음과 영화가 끝난 후 올라가는 엔딩 크레딧을 보며 느끼는 여운을 즐기는 것 같아요. 뿐만 아니라, 거대한 스크린과 달큰한 팝콘 냄새, 은은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화장실은 제가 영화관을 좋아하는 이유에 포함되는데요. 오늘은 제가 좋아하는 공간인 ‘영화관’에서의 추억들을 얘기해 볼까 합니다. 영화관에서 영화 보는 것은 너무 뻔하니까, 그건 제외하구요.

 때는 2016년, 대한민국에 페미니즘과 여성 인권에 대한 관심이 막 높아지기 시작하던 때였습니다. 저 또한 강남역 살인 사건 이후로 페미니즘을 알게 되었는데요. 세상을 바라보는 다른 시각을 얻게 된 저는 ‘여성 서사’ 추천 목록에 올라가 있는 영화나 드라마, 책을 보는 것을 즐겼습니다.

 수능이 백 일 남짓 남았던 때, 저는 고스트 버스터즈 시리즈의 새로운 개봉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기존의 고스트 버스터즈 시리즈와는 달리 다양한 체형과 성격을 지닌 여성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바로 주말 자습을 끝낸 후 영화를 보러 갔습니다. 토르로 잘 알려진 크리스 햄스워스가 버스터즈들의 ‘멍청하지만 얼굴은 예쁜 금발’ 캐릭터를 맡은 것도 신선했구요.

 극장 개봉이 끝나갈 무렵, 트위터의 고스트 버스터즈 팬들이 영화관을 대관하여 이벤트를 연다는 글을 발견했습니다. 당시의 저는 대관 이벤트가 뭔지, 어떻게 참여하는지 잘 알지도 못했지만 일단 신청하고 봤어요. 저와 같이 페미니즘에 관심이 많은 여성분들을 많이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했거든요.

 그리고 저는 서면 CGV에서 고스트 버스터즈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과 2차 관람을 했습니다. 웃긴 장면이 나올 땐 함께 깔깔 웃고, 크리스 햄스워스가 바보 같은 행동을 할 때는 ‘왜 저래…’ 하고 웅성거리고, 고스트 버스터즈를 대표하는 OST가 나올 때는 떼창을 하기도 했어요. 눈치 보지 않고 콘서트처럼 영화를 관람했던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이후에 다른 영화 대관 행사는 가 보지 않았지만, 영화 ‘캐롤’ 대관 행사를 누군가가 주최해 주신다면 꼭 가고 싶어요.

 지금까지 부녀자들을 쭉 구독해 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오버워치의 오래되고 열성적인 팬이랍니다. 특히 저는 오버워치 프로 경기를 2017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지켜봐 오고 있는데요. 우리 나라에서 아이돌 못지 않은 인기를 끌었던 ‘루나틱 하이’는 서울의 OGN 건물에서 경기를 했었습니다. 덕분에 경기를 직접 관람하고, 팬미팅을 통해 선수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2018년부터 세계 각지에 연고지를 둔 팀들로 이루어진 ‘오버워치 리그’가 생기고, 공식 경기장은 미국 로스엔젤레스의 블리자드 경기장이 되었습니다. 경기 시간 또한 미국 시간에 맞춰서 진행되어 저는 매주 주말 새벽 두 시부터 일곱 시까지 깨어 있어야 했죠. 뜸해진 방송 빈도, 갈수록 떨어지는 성적보다 저를 속상하게 만들었던 것은 국내에서 함께 경기를 볼 수 있는 장소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이었습니다.

 비록 선수들이 직접 발로 뛰며 땀을 흘리는 것은 아니지만, 경기 직관은 많은 이스포츠 팬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이벤트입니다. 방음 부스 안에서 선수들이 이야기를 주고받는 모습, 승리 후 기쁜 표정을 지으며 서로를 끌어안는 모습을 볼 때 뿌듯함과 즐거움을 느끼거든요. 팬들의 아쉬움을 블리자드 측에서도 느꼈는지, 2019년에는 리그 경기를 영화관에서 볼 수 있는 뷰잉 파티들이 종종 열렸습니다. 비록 시차 때문에 새벽 여섯 시까지 영화관에 가야 하고, 스크린을 통해서 송출된 영상을 함께 보는 것이 다인 이벤트였지만, 저는 당장 표를 예매했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시즌 첫 번째 경기날, 저와 친구들은 영화관과 오버워치 코리아 측의 실수로 상영관 안에 입장할 수 없었습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티켓을 판매한 나머지 사람들을 모두 수용할 수 없었기 때문인데요. 하는 수 없이 저는 영화관 밖에 설치된 간이 스크린을 통해 경기를 관람했습니다. 비록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지고, 경기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지만 그래도 행복했습니다. 같은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에너지를 나눌 수 있었으니까요. 다행히 그날 저희 팀은 멋진 플레이를 보여 주며 여유롭게 경기에서 승리했습니다. 현재 코로나 때문에 모든 영화관 뷰잉 파티들이 멈춘 상황이지만, 다시 뷰잉 파티가 시작한다면 모든 경기를 챙겨보며 현장에서의 짜릿함과 열기를 느끼고 싶어요.

 지금까지 제가 가진 영화관에서의 추억 보따리를 풀어 보았는데요. 어떠셨나요? 단순한 영화 관람 외에 영화관에서 겪었던 특별한 경험이 있으신 분들은 아래 피드백함 버튼을 눌러 부녀자들에게 공유해 주세요. 그럼 다음 주에 만나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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