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영화관 안녕하세요 여러분, 레인입니다. 오늘의 제목은 영화라는 주제와 걸맞게 영화 <시네마 파라디소>의 한 구절로 시작해봤어요. 레터에 들어간 색도 영화관을 이루고 있는 색으로 꾸며봤답니다. 알아보셨나요? 저는 가끔 시간이 남거나, 이른 퇴근을 한 날이면 혼자 영화관을 찾곤 해요. 쾌적한 의자에 앉아 큰 스크린과 음향을 온 몸으로 즐기면 기분이 좋더라고요. 여러분들도 영화관에 대한 기억들을 떠올리며 오늘의 글도 즐겁게 읽어주세요. 감사합니다. TODAY'S PREVIEW 💭 레인🏄 💨 의 <너도 알아야 하는> : Higher, Further, Faster "웬 괴수가 지구에 침입하고, 쫄쫄이 옷을 입은 히어로들이 어딘가에서 나타나 사람들을 지키는 내용은 정말 뻔해요." 까마귀의 <시네마리아> : 델리카트슨 사람들 "그냥 세상에 나가지 않고, 계속 이렇게 영화와 앉아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레인🏄 💨 의 <너도 알아야 하는> : Higher, Further, Faster 안녕하세요 레인입니다. 오늘은 제 생각들을 좀 바꿔놓은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리려고 해요. 저는 스타워즈 오리지널 3부작의 한정판 비디오 테이프와 원더우먼 피규어가 집 한 구석에 고이 모셔져있고, 종종 로보트 태권브이가 나오는 꿈을 꾼다고(?) 하는 아빠를 가족으로 두고있음에도 히어로물과 SF 영화에 큰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물론 종종 가족 또는 친구들과 함께 영화관에서 그런 류의 영화를 보며 즐거워하고 때론 감격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지만 한 번도 내 의지로 스스로 예매한 적은 없는, 왠지 그런 큰 자본이 들어간 영화에 돈을 내고 보는 건 '멋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 그런 사람이었죠. 물론 거창한 이유는 없었습니다. 특히나 저는 히어로물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어요. 모든 게 터무니 없는 일이라고 느껴졌거든요. 웬 괴수가 지구에 침입하고, 쫄쫄이 옷을 입은 히어로들이 어딘가에서 나타나 사람들을 지키는 내용은 정말 뻔하다고 생각했어요. 게다가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히어로들은 언제나 남자 캐릭터였고, (어릴 적 제 친구들과 파워레인저 놀이를 하면 가장 기피되는 역할은 유일한 여자 캐릭터였던 파워레인저 핑크였답니다) 여자 히어로들은 반쯤 헐벗은 채로 뛰어다니던 탓에 도저히 공감을 할래야 할 수가 없었습니다. 영화 자체의 재미와 별개로 캐릭터 자체를 보고 "멋있다" 라고 생각해 본 히어로는 없었습니다. 이 영화들을 보기 전까지는요... ![]() 첫 번째 영화입니다. 때는 2019년 3월 8일, 여성의 날 영화관에서 <캡틴 마블> 을 보고 난 직후의 저는 크레딧이 끝까지 올라갈 때 까지 눈물과 콧물을 멈추지 못했습니다. 제 인생에서 이렇게 멋있는 히어로는 처음이었거든요. 그 큰 스크린 속에서 캡틴 마블이 끝없이 넘어지고 일어나는 모습을 보면서 절로 이 사람이 영웅임을 납득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했습니다. 하지만 이때까지도 왜 사람들이 영화관에 찾아와 두세번씩 '덕질하듯' 히어로물을 보는지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었습니다. 3년 뒤 제 모습을 알지도 못한 채 말이에요... 제 인생을 좀 바꿔놓은 두 번째 영화입니다. <캡틴 마블> 은 중간쯤 눈물이 시작됐다면 <블랙 위도우> 는 정확히 오프닝 시퀀스가 시작될 때 부터 눈물이 났어요. 명확한 이유도 없이 안 보던 '큰 자본이 들어간 영화' 가 이렇게 미치도록 재미있고, 의미있을 수 있음을 가슴깊이 깨달았거든요. 인간적인 히어로, 지친 히어로,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하고 강한 히어로인 블랙 위도우를 보며 저는 드디어 가슴깊이 히어로물의 재미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N차 관람을 넘어 각종 포스터와 피규어를 사모으기까지 했으니까요. <블랙 위도우>는 제가 지금껏 본 영화 중 가장 주인공을 선망하게 된 영화라고 감히 단언할 수 있어요. ![]() 그렇게 히어로물을 향해 온 몸으로 의문을 표시하던 저는 어느새 방 한구석에 블랙 위도우의 피규어를 두고 옷장 앞에 캡틴 마블과 블랙 위도우의 포스터를 나란히 붙여놓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어쩌면 유전의 영향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어쨌거나 독자님들께 제 심장을 뛰게 만든 두 영화를 소개한 오늘의 글을 마무리지으며, 제가 '약간 강해진 기분을 느끼고 싶을 때' 듣는 노래 한 곡을 함께 보내드려요. 출근길, 혹은 학교로 향하는 길에 들어보세요. 금방이라도 하늘로 날아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드실겁니다. 그럼 모두 다음 주에 만나요! 까마귀의 <시네마리아> 델리카트슨 사람들 잠을 안 잔 지 사흘이 넘었다. 잘 때가 되었다는 게 느껴졌다. 침대에 누워 베개에 얼굴을 박아 넣었다. 머리맡 바다 사진에서 파도
소리가 울려 퍼졌다. 바다를 보러 가야겠다는 생각이 충동적으로 들었다.
오랜만에 엔에게 전화를 건다. 엔도 바다를 사랑하니깐 바다에 가자고 하면 분명 좋아할 것이다. 신호음이 몇 번 메아리 치자 엔이 받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전화를
끊고 혼자 바다로 향하기로 했다.
샤워를 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머리를 말리고 향수를 뿌렸다. 신발을 고심 끝에 고르고, 거울 앞에서 내 모습을 확인했다. 거울에 비친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다 눈을 꼭 감았다. 소리 내어
셋을 셋다. 그때, 노크 소리가 들렸다. 현관문을 열자 3시간 거리에 사는 엔이 서 있었다. 엔이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엔,
너는 지각하는 일이 단 한 번도 없구나.
엔과 함께 바다로 향했다. 뜨거운 여름 날씨에도 엔은 패딩을 입고
있었다. 함께 바다를 걷고 직사광선 아래에 앉아 어지러움을 즐겼다. 그래도
엔은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엔과 만남이 끝이 오기도 전에 이 순간이 정말 마지막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헤어지기 아쉬워 엔을 잡아끌어 영화관으로 갔다.
그동안 보고 싶었던 영화 <휴먼 보이스>를 예매했다. 영화관을 계속 나가자고 조르는 엔 때문에 곤란했다. 내가 영화에 집중하는 동안, 엔은 내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고 손을
만지작거리며 온몸으로 영화가 지겨움을 표현했다.
결국 엔은 더 이상 영화를 견디지 못하고, 복도를 향해 걸어갔다. 지금 나가야 해. 엔이 영화관 전체가 울리도록 소리를 질렀다. 먼저 계단을 내려가 문 앞에 서 있는 엔을 보는 순간, 모든 걸
멈춰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델리카트슨 사람들>에
나오는 하수구에 사는 사람들처럼 땅 깊숙이 가라앉고 싶었다. 내일이면 나를 잡을 수도 없을 거야. 엔이 내 눈을 뚫어지라 쳐다보며 말했다. 자리에서 일어나기 위해
등받이에서 몸을 살짝 뗐다. 엔이 패딩의 지퍼를 꼭 올렸다. 옷
제대로 입어, 밖에 추워. 엔이 말했다. 이제 8월이야. 내가
답했다. 엔의 손이 투명해지며 연기가 피어올랐다.
가자. 그냥 우리 둘이 이렇게 살자.
영화 같은 건 필요 없어. 엔이 내 귀에 속삭였다. 손으로
귀를 막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고개를 저을 때마다 엔의 몸에서 연기가 더 심하게 났다. 울 생각이 없는데도 눈물이 흘렀다. 연기도 축축한 걸 보니 엔 또한
울고 있었나 보다. 엔이 뒤돌아 걸어 나갔다. 엔의 모습에서
스크린으로 눈길을 돌렸다. 피곤해서 눈이 감겼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다시 영화에 집중했다.
영화가 끝나고도 혼자 빈 영화관을 지켰다. 영화관 불이 꺼질 때까지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냥 세상에 나가지 않고, 계속 이렇게
영화와 앉아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곤하다. 피곤해. 🐚 까마귀가 추천하는 오늘의 영화 🐚 ![]() <휴먼 보이스(2020)> ![]() <델리카트슨 사람들(1992)> 오늘의 이야기들은 어떠셨나요?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아래 피드백 남기기를 클릭해주세요! *혹시 남긴 피드백이 부녀자들 뉴스레터 답변란에 기재되지 않길 원하시나요? 그럴 땐, 피드백 마지막 줄에 꼭 비밀이라고 남겨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