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나간 입맛을 찾으려 냉면을 먹어볼까, 이열치열로 국밥을 먹어볼까 궁리도 했지만, 답은 음식에 있는 것이 아니더군요. 바로 어제, 저는 레인🏄을 따라 서울시 성북구에 있는 한 스포츠센터에 다녀왔습니다. 코-시국에도 제한된 인원을 대상으로 자유 수영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었습니다. 이날을 위해 새로 구입한 초보자용 수영복 세트를 장착하고 인공적인 물 냄새가 가득한 수영장에 들어서니 처음 수영을 배웠던 초등학생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 레인🏄이 있는 실내 수영장에 마지막으로 간 기억이 그때에 멈춰있기도 했고요.

  물론, 기분만 초등학생으로 돌아갔을 뿐 많은 것들이 변했습니다. 목까지 차던 물은 이제 가슴께를 겨우 적실 뿐이었습니다. 또, 4년차 흡연자의 폐활량으로는 그 시절 아무렇지도 않게 질주했던 수영장 레인을 반도 못 가서 쉬어야만 했습니다. 자유형과 배영만 얼추 기억할 뿐, 평형과 접영은  레인🏄 에게 새로 배워야 했지요. 모든 것이 삐걱거리는 상태였지만 물속에 들어가 있는 시간만큼은 전처럼 평화로웠습니다.

 수영장에서 나와 길을 걷는 기분은 최고였습니다. 개운하게 풀린 몸과 아직 가시지 않은 수영장의 시원한 기운이 여름의 찝찝함을 물리쳐주는 것 같았습니다. 허접한 실력 탓에 수영장 물을 1리터 이상 마신 것 같은데 엄청난 허기가 밀려왔습니다. 그리고 컵라면, 김밥, 떡볶이, 과일…… 언제 입맛이 없었냐는 듯 온 세상의 음식을 욕구하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저와 레인(이모지)은 곧장 꼬마김밥집으로 달려가 꼬마김밥 열 줄을 포장해 인적이 드문 골목에서 김밥 먹방을 시작했습니다. 당황스러운 크기의 꼬마김밥(실제 크기는 청소년 김밥 정도 일 듯한)을 인당 5개씩 우걱우걱 먹으며 세상 누구보다 행복했지요. 비로소 집 나간 입맛이 돌아오는 순간이었습니다. 꼬마김밥을 모두 해치우고 마무리 생맥주 두 잔으로 입맛의 귀환을 스스로 축하했습니다. 마치 무더운 여름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기분이랄까요?

  아직 여름은 시작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더위에게 입맛을 빼앗길 위기가 다시 찾아오면 어떻게 해야 할지 확실히 알 것 같습니다. 바로 물속에 풍덩 뛰어들어 더위가 제 몸으로 침투하지 못하게 막는 것이죠. 시원함은 물론 행복은 덤일 거예요. 혹시 저처럼 땀에 절어 먹는 즐거움을 잃은 분이 있다면 감히 추천할게요. 가장 가까운 물속으로 풍덩 빠져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