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녀자들 in 한강 (1)

2021. 3. 31.

💌 부녀자들 in 한강 (1)

이 메일이 잘 안보이시나요?

in 한강

까마귀입니다.

3월의 마지막 날이 찾아 왔네요.

첫 공간, 섬, 학교에 이어 오늘은 한강이라는 공간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부녀자들은 부산 출신이라 아직까지 한강과 친하지 않아요. 그래서 구독자분들의 이야기가 더 궁금하네요.

부녀자들의 피드백 페이지에 한강과 얽힌 여러분들의 이야기를 남겨주세요.

재밌는 이야기를 남겨주신 분에게는 부녀자들이 인스타그램에 직접 답변을 남겨드립니다.

평일에는 놀랍도록 날씨가 좋다가도, 주말만 되면 비가 오네요.

레인과 까마귀의 글이 잘 어울리는 날씨인 것 같습니다.

부녀자들과 함께 이번 달도 잘 마무리 해봅시다!

TODAY'S PREVIEW 💭

하나, <너도 알아야 하는>

"자전거로 달리는 한강과 R&B"

둘, <시네마리아> : 한강에 괴물은 없고요. 빙하가 있어요.

"빙하 속에서 2000년을 살아남은 사람을 본 적 있나요."

안녕하세요 레인입니다! 🏄‍♀️
모두들 잘 지내셨나요?

몇 주 사이에 부쩍 날이 따뜻해졌어요. 미세먼지의 습격은 매일같이 이어지지만 다들 두꺼운 외투를 벗어놓은 것만으로도 조금은 홀가분해졌을 거라 믿어요. 추운 날씨를 싫어하는 저는 조금씩 피어나는 꽃을 보는 것만으로도 괜스레 마음이 설레고 신이 나네요. 여러분도 그런가요?

오늘의 주제는 "한강" 입니다.

부산에서 나고 자란 저는 사실 한강과 그리 가까운 사람은 아니에요. 강보다는 파도가 치는 바다가 좋을뿐더러 거무죽죽한 한강의 색은 몇 년이 지나도 영 적응이 안 되거든요. 그치만 날 좋은, 바람이 살랑이는 날 한강을 따라 자전거를 타는 것. 그거 하나만으로 어쩌면 한강이 좋아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오늘은 제가 자전거를 들으며 자주 듣는 노래들을 준비해봤어요.

포근한 바람과 날씨에 설렁설렁 자전거를 타며 듣는 2000년대 R&B. 이보다 더 어울릴 수가 없거든요. 밤에 들으면 더 좋을 것 같기도 하네요. 중요한 건 설렁설렁이예요.

우리 리듬에 맞춰서 천천히 설렁설렁 페달을 밟으며 봄이 주는 여유로움을 함께 느껴봐요!

1. Pony - Ginuwine

2. Mtume - Juicy Fruit

3. Outkast - Hey Ya!

<시네마리아> _ 까마귀 🐚

한강에 괴물은 없고요. 빙하가 있어요.

신호음이 세 번 울릴 때까지 받지 않으면 다시는 전화를 걸지 않아야지. K에게 전화를 걸며 생각했다. 신호음이 두 번 울렸을 때 전화를 끊었다. 오늘도 K로부터 연락은 오지 않았다. K와 나는 종종 그네를 타러 가고는 했다. 밤늦게 만나 그네를 타고 첫차가 뜰 때가 되어서야 헤어졌다. K를 마지막으로 만났던 날 밤에도 우리는 그네를 탔다. K가 힘껏 그네를 밀어주면 달에 닿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몇 시간이고 함께 그네를 탔지만, 날이 밝으면 인사 없이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첫차를 기다리고 있는 내게 K가 자신의 목도리를 둘러주며 물었다. 한강의 끝에 가본 적 있니. 나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한강과 네가 좋아하는 바다가 만나는 지점을 보면, 너도 더는 한강을 보며 괴물을 떠올리지 않을 거야. K가 이전에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K의 데이트 신청이라는 걸 알았지만 에둘러 봉준호 감독의 괴물 이야기를 하며 거절을 했다. K는 눈치가 없는 사람이었다. 우리는 그네만 타는 사이야. K에게 목도리를 돌려주고 막 도착한 버스에 올라탔다. 창문 너머로 멀어지는 K가 보였다.

그 후로 K에게서 온 연락은 없었다. K를 떠올리며 한강 하구를 지난다는 버스에 올라탔다. 몇 시간을 달리자 한강의 끝이 멀리서 보였다. 하구와 가까워질수록 K를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영화 A.I.의 데이빗이 2000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려 다시 엄마를 만난 것처럼, K도 빙하 속에서 나와 같은 소원을 빌고 있을지도 모른다. 2000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후에도 그 모습 그대로 나타나 내 그네를 다시 밀어줄 것만 같았다. K와 재회했을 때 무슨 말은 먼저 건네야 할까. 눈을 감고 고민했다. 눈을 뜨자 버스가 한강 하구를 지나쳐 가고 있었다. 저 멀리 떠내려가는 빙하가 보였다. 창문을 열고 멀어져 가는 빙하를 바라봤다. 빙하에 갇힌 건 K가 아니라 나일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우리는 2000년 동안 만나지 못한다.

🐚 까마귀가 추천하는 오늘의 영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