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윙클의 반짝이는 구석
동심과 함께 사라진 나의 유토피아
여러분이 처음으로 가 본 놀이공원은 어디인가요?
제 기억 속 첫 놀이공원은 부모님 손을 꼭 잡고 간 부산 자유랜드였습니다. 부산과 연이 있는 분이시라면 익숙한 이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유랜드는 부산의 관광지로 유명한 태종대 유원지 입구 어귀에 있는 놀이공원이었습니다. 접근성이 좋은 곳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기구들이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귀신의집, 타가다, 청룡열차, 사격장 등 n세 인생 처음보는 초호화 기구들이 가득했지요. 당시 저는 키가 1미터도 안되는 꼬마였기에 그 재미있는 기구들을 거의 타지 못했습니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중학생 친언니가 신나게 청룡열차를 타는 모습을 보며 “나 반드시 어른이 되어서 이곳의 모든 기구를 타리라!” 이런 비장한 각오를 다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다짐이 무색하게도 제가 열 살이 되던 해에 그곳은 폐업했습니다. 내가 알던 유일한 유토피아가 없어졌다는 사실이 어찌나 절망적이던지요. 그 뒤로 학교에서 태종대로 소풍을 갈 때면 괜히 슬퍼지곤 했습니다. 흔적만 남은 자유랜드를 그리워하면서요.
그렇게 자란 10대의 트윙클은 광안리 미월드를 통해 “놀이공원”이라는 공간의 유형을 실감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자유랜드 말고도 다른 놀이공원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지요. 어느정도의 자아를 갖추게 된 후, 저는 우리가족이 일년에 두 번씩 친척을 만나러 ‘광안리’라는 지역에 간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크고 동그랗고 돌아가는 것이 보이면 곧 광안리에 도착한다는 사실도 함께요. 그 크고 동그란, 돌아가는 것이 바로 미월드의 대관람차였습니다. 그 웅장함에 사로잡힌 저는 엄마를 졸라 미월드에 갔습니다. 그런데 정작 대관람차에 타보니, 그 어떤 스릴도 느껴지지 않더군요. 아직 ‘뷰’를 즐길 나이는 아니었던 것이지요. 그치만 미월드는 그야말로 신세계였습니다. 바이킹과 롤러코스터를 탈 때 느껴지는 심장이 움직이는 느낌과 급류타기(=후룸라이드)를 타고 시원한 물을 맞는 느낌이 어찌나 자극적이던지요. 그때부터였을까요? 제가 자극에 미치기 시작한 것이요...... 아무튼 그 날을 기점으로 명절이 조금은 좋아진 것은 분명합니다. 이름도 모르는 어른들에게 절을 하고, 친하지도 않은 사촌들과 하루종일 붙어있어야 하는 그 불편함을 미월드에 대한 설렘으로 조금은 참아낼 수 있게 되었거든요.
이렇게 사라진 놀이공원들을 추억하다 보니, 약간의 반성이 들기도 합니다. 얼마 전에(거리두기 강화 전) 다녀온 롯데월드에서 어떻게 해야 기구를 더 빨리, 많이 탈 수 있을까 궁리하던 제 모습이요.
여러분의 동심 속 놀이공원은 어디였나요? 그곳은 어떤 곳이었나요?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사라진 놀이공원을 추억하는 방법은 우리의 기억을 꺼내보는 것이 유일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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