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백화점 안녕하세요. 까마귀입니다. 날이 선선해진 게 가을이 찾아오고 있는 게 확실히 느껴지는 요즘이네요. 부녀자들의 두 번 째 백화점 이야기도 재밌게 읽어주세요. TODAY'S PREVIEW 💭 레인의 <너도 알아야 하는> : 백화점에서 즐기는 은밀한(?) 취미생활 "저는 백화점 화장실에서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노래의 제목과 작곡가를 알아맞히는 걸 좋아하기도 해요." 까마귀의 < 시네마리아 > : 백화점 분수 "들어가. 들어가. 들어가" 레인🏄의 <너도 알아야 하는> : 백화점에서 즐기는 은밀한(?) 취미생활 안녕하세요 여러분. 레인입니다. 다들
잘 지내고 계시나요? 한창 덥던 여름이 지나고 이젠 밤이 제법 선선해지네요. 가을이 오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사실 오늘의 주제인 백화점으로
어떤 글을 쓸지 많이 고민했어요. 저는 백화점을 무척 좋아하고 자주 가는 사람이지만 온전히 저의 소비를
위한 방문이기에 (…) 여러분과 나눌 이야기가 많지 않다고 느꼈기 때문이에요. 그러다 문득 백화점 화장실이 생각났어요. 다른 건물의 화장실과 달리
언제나 산뜻한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는 백화점 화장실은 제가 무척 좋아하는 장소이기도 하거든요. 화장실을
급히 가고 싶을 때 근처에 백화점이 있으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답니다. 그리고 조금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특히나 저는 백화점 화장실에서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노래의 제목과 작곡가를 알아맞히는 걸
좋아하기도 해요. 화장실에 발을 들이는 그 순간 아는 노래가 나오면 기분이 좋더라고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여러분께 저의 은밀한(?) 취미생활을 나누기 위해서요. 오늘 준비한 글은 백화점 화장실에서
자주 나오는 클래식 Top 3 추천입니다. 1. 헨델의 오라토리오 <솔로몬> 중 <시바 여왕의 도착(The
Arrival of the Queen of the Sheba > 단언컨대 백화점, 혹은
호텔 화장실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음악입니다. 오라토리오라는 장르가 조금 생소하실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오페라의 인기가 시들해지던 18세기 오페라의 중요한 요소들을 과감히
제거하고 합창과 일종의 내레이션으로 구성한 극입니다. 그리고 생소한 이탈리아어 대신 영어로 구성을 바꿔
대중들의 인기를 얻은 장르였어요. 오늘 소개해드릴 곡이 들어 있는 헨델의 <솔로몬>은 이스라엘의 현명한 왕 솔로몬과 그의 지혜를
사랑한 시바 여왕의 이야기입니다. 그중에서도 <시바
여왕의 도착(The Arrival of the Queen of the Sheba)>은 시바 여왕이
솔로몬을 보기 위해 이스라엘에 도착하는 장면에서 연주되는 곡이에요. 사실 원래는 제목이나 상세한 장면을
생각하고 작곡한 곡이 아니라, 3막의 한 부분이 비어 급히 작곡한 노래라고 하는데 신기하게도 곡을 들으면
분주하게 여왕의 도착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른답니다. 제가 좋아하는 하프 버전의 연주를 첨부할게요. 2. 아우구스트 빌헤르미의 <G선상의 아리아(Air on the G string)> :이 곡 역시도
굉장히 자주 들리는 곡이에요. 처음 이 곡을 알았을 때 특이한 제목에 금방 그 이름을 외웠던 기억이
나요. 이 곡은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 중 한 곡인
<Air> 을 독일의 작곡가 아우구스트 빌헤르미나가 편곡한 작품입니다. 제목이 G 선상의 아리아인 까닭은 바이올린의 가장 낮은 현인 G 현만 사용해서
이 곡을 연주할 수 있도록 편곡했기 때문이에요. 단 하나의 현만 사용해서 곡을 완성할 수 있다는 게
정말 신기하고 놀랍지 않나요? 솔로 바이올리니스트의 연주가 명확하게 잘 보이는 연주를 함께 보낼게요. 아마 다들 한 번쯤은 들어본 곡일 거라 예상합니다. 참고로 이 곡은 1997년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 극장판 <엔드오브에바>
의 전투 장면에 삽입됐기도 했는데요, 처절한 전투 장면과 차분한 BGM의 조화가 매우 아름답습니다. 이 영상도 함께 보낼게요. 3. 모짜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 서곡 조수미 선생님 하면 떠오르는 그 멜로디 “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
아” 밤의 여왕의 아리아가 등장하는 오페라 <마술피리>의 서문을 여는 서곡 (Overture)입니다. 신기하게도 이 서곡도 유난히 화장실에서 많이 들리더라고요. <마술피리>의 간략한
줄거리는 다음과 같아요. 우리가 잘 아는 바로 그 밤의 여왕이 자라스트로라는 이에게 붙잡혀간 자신의
딸 파미나를 구하기 위해 호신용 마술 피리를 건네주며 한 왕자에게 부탁합니다. 새잡이 파파게노와 함께
파미나를 구출해 돌아오라고요. 하지만 사실 자라스트로는 현명한 철학자였고 밤의 여왕이 가진 악영향으로부터
파미나를 보호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게 돼요. 밤의 여왕은 파미나를 찾아가 자라스트로를 죽이라고
명하지만 (바로 이 장면에서 밤의 여왕의 아리아가 나오게 됩니다) 고민
끝에 파미나는 어머니를 외면하고 자라스트로의 편에 섭니다. 후에 화가 난 밤의 여왕이 자라스트로를의
왕국을 침략하지만 결국 자라스트로가 승리하게 되는 이야기랍니다. 오페라의 서곡은 본격적인 극이 시작되기
전 무대의 막이 내린 상태에서 관객들의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곤 합니다. 제가 말씀드린 간략한
스토리를 떠올리며 서곡을 들어보세요. 새삼 다른 느낌이 들 거예요. 그럼 오늘의 글은 여기서 마무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들도 화장실
속 나만의 작은 음악 감상회, 그 쾌감을 느껴보시길 바랄게요. 까마귀의 < 시네마리아 > 백화점 분수 사실 나는 좀 아파. 정확히 어디가 아픈지는 모르겠지만, 세상에서 가장 생생한 꿈을 꾸지. 현실이 꿈인지, 꿈이 현실인지 헷갈릴 정도로 나의 어딘가는 고장 나 있어. 처음엔 모두가 그렇게 인생을 살아가는 줄 알았어. 꿈과 현실을 적당히 헷갈리 하면서 눈치껏 행동하는 거로 생각했지. 세상엔 꿈을 꾸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걸 깨닫고, 내 어딘가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어. 나의 비밀을 제일 먼저 털어놓은 건 언니였지. 언니, 지금이 꿈인지 현실인지 모르겠어. 인생이 셔터 아일랜드 같아. 당연하게도 언니는 나를 정신병원으로 보냈어. 미쓰 홍당무의 양미숙처럼 병원에 가면 나의 모든 걸 털어낼 수 있을 거로 생각했어. 그리고 하루아침에 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거라도 믿었지. 더 이상 현실에서 꿈처럼 굴고 싶지도, 꿈에서 현실처럼 굴고 싶지도 않았거든. 그런데, 선생님이 내게 해줄 수 있는 건 약 몇 알을 처방해주는 게 다였어. 3mg도 채 안 되는 약의 무게는 내게 크게 다가왔어. 약보다 몇 배는 무거운 나를 딱 한 알로 재울 수 있다니, 나는 놀랍다고 생각했어. 선생님은 내가 현실에서 돌아다니는 게 사회에 해가 된다고 생각한 걸까. 약을 먹은 후로는 낮에도 졸려서 온종일 잠을 잤어. 아무도 나를 깨우지 않았지. 내 꿈의 세계는 점점 커졌어. 현실에서는 꿈처럼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고 말할 수 없지만, 꿈에서는 그 누구보다 자유로웠지. 내가 잠을 자는 사이에 내 인간관계는 모두 끝났으며, 아무도 나를 이해할 수 없을 거라고 믿었어. 내가 다니는 병원 앞에는 백화점이 있어. 나는 진료가 끝나면 종종 백화점 뒤에 있는 분수를 보러 갔지. 분수에서 물이 하늘로 멋지게 퍼져 나가면 현실과 꿈이 합쳐지는 기분이 들었어.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어. 양미숙이 커져라. 커져라. 커져라. 외치는 것처럼 멍하니 분수를 보고 있으니 들어가. 들어가. 들어가. 외치게 되었어.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분수 한중간에 서 있었지. 백화점 쇼윈도에 비친 나를 보는 순간 내가 사는 두 세계의 현실이 뭔지 깨달았어. 나를 바라보며 수군거리는 사람들을 보고 소리를 지르고 싶었어. 사람이 비상식적인 행동을 할 때는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잖아요. 여러분들이 지나치며 무심코 한 실수가 누군가에게는 엄청나게 큰 폐가 되기도 하잖아요. 문장을 내뱉으며 그 큰 폐가 나라는 걸 깨달았지. 그래도 한 명이라도 분수 중간으로 들어와 나를 끌어내 주길 바랬어. 스스로 분수에서 걸어 나왔지. 옷이 젖어 택시에 타지도, 버스에 타지도 못한 채로 집까지 걸어갔어. 그리고 3mg짜리 알약을 삼켰지. 꿈에서는 분수에 들어가지 않아야겠다며 생각하며 긴 잠자리에 들었어. 🐚 까마귀가 추천하는 오늘의 영화 🐚 < 셔터 아일랜드 > (2010) < 미쓰 홍당무 > (2008) *혹시 남긴 피드백이 부녀자들 뉴스레터 답변란에 기재되지 않길 원하시나요? 그럴 땐, 피드백 마지막 줄에 꼭 비밀이라고 남겨주세요! 부녀자들 hellosilverrain@gmail.com 인스타그램 @bunyujas 수신거부 Unsubscrib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