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찜질방 안녕하세요. 까마귀입니다. 추운 날씨에 롱패딩을 꺼내 입었네요. 이 추운 날씨가 여러분들이 나아가고자 하는 길을 막지 못하길. 오늘의 부녀자들 글도 재밌게 읽어주세요. TODAY'S PREVIEW 💭 레인의 <너도 알아야하는 > : CD와 카세트 테이프, 그리고 아빠의 차 "겨울을 싫어하는 저에게도 겨울의 목욕탕, 그리고 찜질방은 따스하고 행복한 기억이거든요." 까마귀의 <시네마리아> : 내가 떠나 보낸 모든 친구들에게 "언제나 하루가 심심해지면, 이 306호로 돌아와서 세상에서 가장 큰 포옹을 하자" 레인의 <너도 알아야 하는> 안녕하세요 레인입니다. 부쩍 날씨가 추워졌어요. 다들 잘 지내고 계신가요? 저는 옷도, 몸집도 커져 한없이 게을러지는 겨울이 싫네요. 언제 다시 따뜻해질까요?
막 시작한 겨울의 입구에 서서 이런 질문을 하는 게 좀 바보 같기는 하지만요.
얼마 전 sns를 돌아다니다 목욕탕에 가고 싶다는 글 하나를 발견했어요. 새벽에 일어나 두꺼운 추리닝 바지와 패딩을 걸치고 목욕탕으로 향해 개운한 목욕을 끝낸 다음 쿨피스 하나를 손에
들고 바람이 부는 거리를 걸어 집으로 돌아온 후 낮잠을 자고 싶다는 글이었죠. 신기하게도 이 글을 읽는
순간 목욕탕의 더운 향기가 코를 훅 스쳐오는 기분이 듦과 동시에 그 어느 때 보다 목욕탕이 가고 싶어졌답니다.
겨울을 싫어하는 저에게도 겨울의 목욕탕, 그리고 찜질방은 따스하고 행복한 기억이거든요. 지금 사는 도시로 이사오기 전, 저는 막 개발이 시작된 시골 (읍/면/동/리 할 때 ‘리’ 에 속하는
동네) 에서 유년기를 보냈습니다. 매 주 주말, 부모님과 저는 자가용을 타고 교외에 있는 찜질방으로 향했어요. 때론
목욕만 하고 돌아오기도, 간단한 찜질을 즐기기도, 가끔은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곤 했는데 찜질방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CD와 카세트 테이프로 음악을 듣고
서투르게 따라 부르던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그 기억 덕인지 저는 찜질방을 떠올리면 늘 차 안에서
부모님이 틀어주던 노래가 함께 떠오르네요. 어쩌면 누군가에게도 추억의 노래일 수 있는 곡 3개를 추천 드리며, 오늘의 글을 마무리 지어볼까 합니다. 추운 날씨. 따뜻한 추억과 함께 조금은 포근해 지시길 바라요! 까마귀의 <시네마리아> 내가 떠나 보낸 모든 친구들에게 떠나가 친구들의 이야기를 적기 전에 반짝이는 커서를 보며 일주일을 고민했다. 커서가 반짝일 때마다 내가 그의 이야기를 적어 주길 바라는 것 같기도 했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어쨌거나 나는 그들에게 내가 남기고 싶은 말을 쓰기로 마음을 먹었다.
나는 17살에 집을 떠나,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작은 고시원 같은 방에서 궁궐 같은 쓰리룸까지, 여러 종류의 집에서 생활을 했다. 고시원에서 생활을 할 때는 천장을 보며 콱 죽어버릴까 생각을 했던 적도 있고, 문으로 가득한 아파트에 살았을 때는 매일같이 과분하다고 생각하며 잠에서 깼다. 부산에서 호주로, 호주에서 미국으로, 미국에서 경주로, 경주에서 서울로 단단히 낀 역마를 이겨 내기엔 그전에 나는 너무도 어렸던 것 같다. 그래도 나름대로 꿈을 따라다닌 것이었다. 경주에 갔을 때는 박해일이 나오는 영화 경주를 보고 찾아간 것이었고, 미국은 영화 선셋 대로 한 장면을 보고 찾아간 것이었다. 여러 곳을 떠돌며 친구를 새로 사귀기도, 또 떠나보내기도 했다. 떠나가는 친구들을 보며 내가 문제인 것인지 아니면 나의 역마 때문인지 알 수가 없었다. 어쨌거나 당시 내 최고의 꿈은 한 장소에 정착을 하는 것이었다. 이 쫓기는 듯한 불안감을 해결하고 나면 모든 걸 내 친구들에게 돌려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덕분에 내가 현재 살고 있는 집은 306호 사랑방이 되었다. 영화 소공녀에서 집과 집을 떠도는 이솜을 보며 나는 언제나 찜질방 같은 친구로 남고 싶었다. 누구나 와서 쉴 수 있고, 언제나 와서 밥 한 끼 해줄 수 있는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 와중에 술과 담배는 끊기지 않게 제공을 해 친구들이 너의 따뜻함에 살맛 난다고 말해줄 수 있는, 찜질방 그 자체가 되고 싶었다. 그런데 어느 사람살이가 그렇듯이, 정착을 한 후에도 친구들과 멀어지기도 가까워지기도 했다. 멀어지는 친구들을 볼 때마다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거나 너와 보냈던 시간이 소중한데 현재의 내가 좀 미워져도 돌아와 줄 수 있겠니, 떠나간 친구들을 마주치면 제일 먼저 말하고 싶은 문장이었다. 나는 어떠한 이유로 너가 나를 떠나 갔어도 다시 돌아왔을 때, 따뜻하게 맞이해줄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다고, 이 말 하나라도 떠나간 친구들에게 남기고 싶었다. 이번에 부녀자들을 통해서 나의 모든 떠나간 친구들에게 말한다. 언제나 하루가 심심해지면, 이 306호로 돌아와서 세상에서 가장 큰 포옹을 하자. 큰 포옹을 하고 나면 함께 손을 잡고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자. 나는 영원히 이 306호에서 너희를 기다릴게. 이 짧은 글에 너희에게 요상한 문장들을 남긴다. 모두가 항상 행복하고, 나를 모르는 이도 언제나 내가 있을 306호를 떠올리며 힘들 땐 낯선 나를 찾아오라고 말하고 싶다. < 까마귀가 추천하는 오늘의 영화 >
< 경주 (2013) > < 선셋 대로 (1950) > *혹시 남긴 피드백이 부녀자들 뉴스레터 답변란에 기재되지 않길 원하시나요? 그럴 땐, 피드백 마지막 줄에 꼭 비밀이라고 남겨주세요! 부녀자들 hellosilverrain@gmail.com 인스타그램 @bunyujas 수신거부 Unsubscrib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