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수영장 안녕하세요. 까마귀입니다. 오랜만에 글을 들고 여러분들을 찾아왔어요. 저번 메일에서 방학이 끝났다고 했지만, 사실 부녀자들의 방학은 오늘까지였답니다. 혼란을 드렸다면, 사과의 말을 전하고 싶네요. 제 글을 기다리신 분들이 있을까요? 기다리셨다면 피드백을 남겨주세요. 그럼 부녀자들의 마지막 '수영장' 이야기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TODAY'S PREVIEW 💭 까마귀의 < 시네마리아 > : 수영장과 수족관 사이에서 "수영을 시작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수영을 끝내는 법을 아는 거야" 🐚 까마귀가 추천하는 함께 들으면 좋을 노래 🐚 까마귀의 < 시네마리아 > 수영장과 수족관 사이에서 엄마는 나를 낳을
때 나보다 먼저
울음을 터트렸다. 귀가 있어야
할 자리에 아가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엄마는 내
아가미를 만지며 자신을 탓했다. 누구의 잘못이던 간에 한 번 생긴 아가미가 사라질 일은 없었다. 아가미를 뜯어내는 꿈을 매일 밤 꿨다. 아가미만 없으면 엄마도 더 울지 않고, 나도 거울을 두려워하지 않았을 테니깐. 그러나 내게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나의 작은 아가미를 사랑해야만 했다. 아가미는 바다에서만큼은 나를
천하무적으로 만들었다. 긴 수영을
하며 파도를 느끼면
소리 없는 세상의 진동이
다 묻혔다. 다른 사람들의
이해하기 힘든 말도, 엄마의 울음도 보이지
않았다. 엄마는 바다로 나간
내가 돌아오지 않을까
마음을 졸였다. 몇 시간이고 수영하고
있으면 엄마가 모래사장에 나를 찾아왔다. 태어날 때부터 아가미를 가지고
태어나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다고 바다에 사는 게 익숙해지면 안 된다. 들리지 않아 고개만 갸웃거리는 내게 엄마가 되풀이해서 말했다. 엄마의 바다보다 짠 눈물이 흘러서야, 뻐끔거리는 문장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엄마는 나를 바다에서 끄집어냈다. 우리는 방향을 틀어 수영장으로 향했다. 발을 몇
번 첨벙거리면
벽이 있고, 조금만 방향을
틀어도 사람과 부딪혔다. 그래도 엄마만 괜찮다면 뭐라도 참을 수 있었다. Z를 처음 만난 것도 수영장이었다. 수영을 시작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수영을 끝내는
법을 아는 거야.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의 엘라이자처럼 그는 두려움 없이 내게 다가왔다. 내 낯선 아가미를 무서워하지 않는 사람은 Z가 처음이었다. 그는 수영을 끝내는 법부터 입 모양으로 사람들의 말을 이해하는 법까지 내게 많은 걸 알려줬다. 사람들의 말은
여전히 알아듣기 힘들었지만, Z의 말만큼은 선명히 보였다. 우리는 함께 수영하고 노래를 불렀다. Z는 나의 뭉개진 발음을 보고도 웃지 않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Z와 가까워질수록 수영장이 좋아졌다. 힘껏 팔을 휘저으면 Z의 손이 닿았다. 수영장의 벽이 세상으로부터 우리 둘을 가려주는 울타리처럼 느껴졌다. Z에게 내가 보는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를 물속 깊숙이 데려갔다. 하지만 우리는 같은 종족이 아니었고, Z는 금방 숨 막혀 했다. 그가 죽어가고 있었다. 아가미를 뗄 수 있다는 걸 Z 덕분에 처음 알게 되었다. 몸 안에 손을 넣어 아가미를 뗐다. 신체 부위가 떨어져 나가는 건 생각보다 아프다. 내 아가미를 Z에게 붙였다. 아가미가 붙자 Z의 귀가 떨어져 나갔다. 죽어가던 Z가 아가미로 숨을 쉬기 시작했다. 떨어진 귀를 버릴 수도, 보관할 수도 없어서 내 아가미가 있던 자리에 일단 붙였다. 잠든 Z를 집까지 데려다줬다. Z는 오랜 시간 잠자리에 들었는지 더는 나를 만나러 오지 않았다. 영화 <신경쇠약 직전의 여자>의 페파가 된 기분이었다. Z가 없는 세상은 생각보다 무서웠다. 세상의 소리가 시끄러워서 잠을 잘 수도, 무서워서 깨어 있을 수도 없었다. 팔을 휘저을 때마다 Z 생각이 날 걸 알았으면서도 다시 수영장으로 향했다.
한 날은 수영장에서 나오니 Z로부터 문자가 와있었다. 너 사람의 귀를 뺏어 가려고 수영장에 다녔던 거지.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었지. 문자를 읽자마자 귀를 반쯤 뜯어냈다. 귀에서 모래가 흘러 내렸다. 부정도 긍정도 하고 싶지 않았다. 대신 옆 라인에서 수영을 하던 엉뚱한 사람을
붙잡고 물었다. 당신 생각에 저는 물고기예요, 사람이에요? 엉뚱한 사람으로부터 엉뚱한 대답이 돌아왔다. 수영장 벽을 타고 들려오는 진동 소리가 머리를 울렸다. 떨어진 귀를 한참 바라보다가 Z의 집으로 보냈다. 시간이 흐르면 Z는 나를 이해할 수 있을까. 물고기와 사람. 물고기와 사람. 물고기와 사람. 물고기와 사람. 귀가 없는데도 머릿속에서 어지러운 소리가 반복됐다. 바다를 보면 모든 게 해결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내 존재에 대한 문장들이 바닷가에 짐처럼 떠내려와 있을 것만 같았다. 택시를 잡아 가장 가까운 바다로 향했다. 모래와 물 사이에서 무릎을 꿇고 걸었다. 한참을 걷다 걸음을 멈췄다. 사람들의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바다와 수면을 사이에 붉은 선이 그어져 있었다. 내 무릎에서 난 피가 모래를 붉게 만들었다. 아프기보단 내가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피를 흘리는 존재라는
게 묘한 안정감을 줬다. 하지만 사실 사람도 물고기도 둘 다 피를 흘린다. 어쨌거나, Z는 무사히 수영을 끝냈고, 나는 ....{()()()()()()()()()(} 되었다. 🐚 까마귀가 추천하는 오늘의 영화 🐚 ![]() < 셰이프 오브 워터 : 사랑의 모양 > (2017) ![]() < 신경쇠약 직전의 여자 > (1988) 🐚 까마귀의 추천 책 _ 아가미 (구병모) 🐚 p.22 p.185 (강하)“……물론 죽이고 싶지. 그래도 살아줬으면 좋겠으니까.” 살아줬으면 좋겠다니! 곤은 지금껏 자신이 들어본 말 중에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예쁘다’가 지금 이 말에 비하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를 폭포처럼 와락 깨달았다. 언제나 강하가 자신을 물고기 아닌 사람으로 봐주기를 바랐지만 지금의 말은 그것을 넘어선, 존재 자체에 대한 존중을 뜻하는
것만 같았다. *혹시 남긴 피드백이 부녀자들 뉴스레터 답변란에 기재되지 않길 원하시나요? 그럴 땐, 피드백 마지막 줄에 꼭 비밀이라고 남겨주세요! 부녀자들 hellosilverrain@gmail.com 인스타그램 @bunyujas 수신거부 Unsubscribe |